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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작품 소개와 감독의 의도
'내가 죽던 날'은 2020년 개봉한 감성 드라마로 김혜수, 노정의, 이정은이라는 탄탄한 배우진이 출연해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감독 박지완은 이 영화를 통해 상처받은 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고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 인간 내면의 상처와 치유를 조명한다. 주인공 형사 김현수는 사건을 쫓으며 자신 또한 치유되지 않은 아픔을 마주하게 되고, 사라진 소녀 세진은 외로운 삶 속에서도 살아가려는 희망을 품는다. 이들의 만남과 교차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서정적인 휴먼 드라마로서 완성된다.
감독은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을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차분하고 섬세한 연출을 통해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긴 여운과 함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2. 줄거리 요약
비 오는 어느 날, 한 소녀가 섬마을 절벽에서 사라진다. 실종된 소녀의 이름은 세진. 그녀는 엄마의 죽음 이후 친척 집을 전전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세진은 자신이 직접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 속에 사라진다.
사건을 맡게 된 형사 김현수는 복직을 앞둔 상황에서 이 사건을 맡게 된다. 그녀는 세진의 주변을 하나하나 조사하며, 단순한 가출이나 사고가 아님을 직감한다. 세진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어린 소녀가 견뎌야 했던 외로움과 절망이 점점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수는 세진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섬에서 세진을 돌봐주었던 수녀 명숙을 만난다. 명숙 수녀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현수는 수녀와의 대화를 통해 세진이 어쩌면 세상과 단절된 채 사라지려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롭게 시작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은 명확해지는 대신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남긴다. 세진은 정말 죽음을 선택했을까. 아니면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었던 것일까. 현수는 세진의 흔적을 좇으며 자신의 과거와 상처까지 함께 마주하게 된다.
3. 등장인물 분석과 관계
'내가 죽던 날'은 무엇보다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선이 빛나는 작품이다. 주인공 김현수는 일과 가정 모두에서 상처를 입은 인물로, 세진의 사건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그녀는 처음에는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지만, 점차 세진에게 진심으로 다가서게 된다. 이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변화의 축이다.
세진은 어린 나이에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듯한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영화는 세진을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싸우는 인물로 묘사한다. 세진은 절망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려 했던 강인함을 가진 인물이다.
명숙 수녀는 세진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 몇 안 되는 어른 중 하나다. 그녀 역시 과거의 상처를 지니고 있지만, 세진을 통해 작은 희망을 발견하고자 한다. 명숙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존재로, 세진과 현수 모두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 세 인물은 서로에게 직접적으로 많은 말을 하지는 않지만, 그 존재만으로 서로를 치유하고 변화시킨다. 세진을 찾으려는 현수의 집요함, 세진이 남긴 작은 흔적들, 명숙의 조용한 응원이 얽히며 영화는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4. 감상평과 작품이 주는 메시지
'내가 죽던날'은 겉으로는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처 입은 이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위로하는 이야기다. 세진의 실종이라는 사건을 따라가는 동안 관객들은 어느새 현수와 세진, 그리고 명숙의 내면에 깊숙이 이입하게 된다.
영화는 삶의 고통을 섣불리 치유하거나 위로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상처를 인정하고,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 또한 용기라는 사실을 조용히 말해준다. 이 과정에서 김혜수는 절제된 감정 연기로 김현수의 복합적인 내면을 훌륭히 표현해 냈으며, 노정의 역시 세진이라는 복잡한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내 큰 인상을 남겼다.
'내가 죽던날'은 화려하거나 빠른 전개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삶의 상처를 진정성 있게 다루는 영화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깊은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작품이다. 특히 영화가 마지막에 가서 보여주는 세진의 선택은 예상과 달리 절망이 아닌 희망을 향한 발걸음임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말한다. 때로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도, 누군가의 작은 관심과 온기가 다시 삶을 이어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연결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죽던날'은 상처받은 이들에게 조용한 손을 내밀며, 다시 살아갈 용기를 건네는 따뜻한 영화다. 깊은 여운과 감동을 남기는 이 작품을 꼭 한번 감상해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