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2020년 디즈니의 실사 영화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 중 하나는 바로 '뮬란'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사랑받았던 이 이야기는 중국의 전설인 '화목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전통적인 여성상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 영웅의 이야기로 전 세계 관객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번 실사판 뮬란은 1998년 애니메이션과는 다소 결이 다른 접근을 취했으며, 원작의 정서에 보다 가까운 분위기와 스토리로 새롭게 재해석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개봉이 연기되거나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스트리밍 개봉된 이 영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그 이유는 단순히 디즈니 실사 영화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동양적인 미와 무협의 정서가 담겨 있고, 무엇보다 ‘여성의 용기와 주체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사는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준다.
줄거리: 아버지를 대신해 전장에 선 딸
주인공 뮬란은 용감하고 활기찬 소녀로, 어릴 적부터 또래 아이들과 달리 활동적인 성격을 지녔다. 그녀는 검을 들고 싸우는 데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지만, 당시는 가부장적 사회였고 여성은 정숙하고 조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시달리며 자랐다. 어느 날, 황제는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해 각 가정에서 한 명씩 남성을 징병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뮬란의 아버지는 이미 병약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 전장에 나설 준비를 한다.
그 모습을 본 뮬란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남장을 한 채 아버지를 대신해 몰래 군에 입대한다. 그녀는 치열한 훈련과 위기의 순간들을 견디며 점점 전사로 성장해나가고, 결국에는 자신의 능력과 지혜로 군을 위기에서 구해내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정체가 드러난 후에는 배신자로 몰릴 위기에도 처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믿는 길을 선택하며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다. 이번 실사 영화에서는 특히 원작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용 '무슈'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좀 더 현실감 있고 진지한 분위기로 전체적인 이야기의 무게를 더했다. 뮬란의 내면적인 성장,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용기를 강조하며 메시지를 보다 강하게 전달하고자 한 점이 인상 깊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한 연출
실사판 뮬란은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뮤지컬 형식 대신 영화의 리얼리즘을 강조했고, 전반적인 색감이나 의상, 무술 연출 등에서도 중국 고대 왕조의 미학을 잘 담아냈다. 무엇보다 카메라 워킹과 전투 장면의 박진감은 관객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마치 무협 영화처럼 공중을 나는 듯한 무술 장면과 전장의 스펙터클한 장면들이 이어지며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주인공 뮬란 역을 맡은 유역비는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강인한 눈빛과 섬세한 감정 표현은 뮬란이라는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제트 리, 견자단 등 중화권의 대표적인 배우들이 등장하여 무게감을 더한다.
한편, 실사 영화에서는 악역도 조금 다르게 설정되었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훈족 지도자 대신 마법 능력을 지닌 여성 캐릭터 ‘시안랑’이 등장하는데, 그녀 역시 억압된 여성의 상징처럼 그려져 뮬란과 대조적이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이처럼 단순한 선악 구도에서 벗어난 설정은 영화에 깊이를 더해준다.
여성을 위한 헌사, 그리고 모두를 위한 영웅 이야기
실사판 뮬란은 단순히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웅담에 머물지 않는다. 사회의 통념에 맞서 싸우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한 개인의 이야기이자,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 관객에게는 뮬란의 선택과 용기가 깊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뮬란은 남성을 흉내 내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정체성 안에서 강함을 찾고 이를 드러낸다. 또한 가족 간의 사랑, 명예, 충성이라는 전통적인 가치도 영화 속에 함께 녹아 있다. 그녀의 행동이 단순한 반항이 아닌, 가족과 공동체를 위한 희생임이 드러나는 순간들은 감동을 자아낸다. 뮬란은 전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딸로서, 친구로서, 동료로서 책임을 다하려 노력한다.
결국 이 영화는 모든 이에게 묻는다. 당신이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감수할 수 있는 용기는 무엇인가. 이 물음은 시대를 초월해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질문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