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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냥의 시간 영화 포스터

     

    2020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사냥의 시간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디스토피아적 배경을 바탕으로 긴장감 넘치는 추격 스릴러를 선보였다. 연출은 윤성현 감독이 맡았고, 파수꾼 이후 약 9년 만에 내놓은 장편 영화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이 영화는 기존의 한국 범죄영화가 가진 사실성과는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데 가까운 미래, 경제가 붕괴되고 사회가 황폐화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여 새로운 스타일의 장르적 시도를 보여준다. 어둡고 폐허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위험한 선택, 그리고 그로 인한 파국적 전개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긴장감과 시각적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주연을 맡은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 연기파 배우들의 조합은 영화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며,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색깔 또한 뚜렷하다. 이들은 절망 속에서 탈출구를 찾으려는 청춘들의 얼굴을 실감 나게 그려낸다.

     

    줄거리- 벗어나고 싶었던 그날의 선택

    이야기는 가까운 미래, 한국의 경제가 붕괴된 뒤 빈부 격차는 심해지고 사회는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시작된다. 마치 다른 세계처럼 보이는 도시, 총기와 마약이 아무렇지 않게 유통되고 거리에는 사람들의 절망이 깔려 있다. 이 도시에서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은 새로운 삶을 꿈꾼다. 준석은 친구들과 함께 남쪽의 따뜻한 섬나라로 떠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들의 목표는 바로 불법 도박장이 보관하고 있는 거액의 현금을 훔치는 것. 함께 하는 친구들은 각자 다른 배경과 사연을 지녔지만, 공통적으로 지금의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준석과 친구들은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끝에 돈을 훔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날 이후 그들의 삶은 송두리째 바뀐다. 도박장을 운영하던 조직은 복수를 위해 정체불명의 추격자 한을 보내는데, 그는 한 명씩 이들을 조여오며 무자비하게 쫓기 시작한다.

    영화의 긴장감은 바로 이 시점부터 극대화된다. 영화는 단순히 범죄 후 도망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죽음과 공포 속에서 친구들의 관계가 흔들리고, 각자의 욕망과 두려움이 드러나는 심리적 드라마로 확장된다. 결국 이들이 맞이하는 결말은 단순한 도주극을 넘어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남긴다.

     

    스타일리시한 비주얼과 이색적인 분위기

    사냥의 시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비주얼적인 스타일이다. 영화는 어두운 톤의 조명과 황량한 도시를 배경으로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특히 카메라 워킹과 공간 배치, 사운드 디자인은 독특하면서도 불편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또한 총격전, 추격 장면, 정지된 듯한 침묵의 공간까지, 장면마다 밀도 높은 연출이 돋보인다. 일반적인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무드이기 때문에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박해수가 연기한 추격자 한은 마치 인간이 아닌 괴물처럼 묘사됐다. 말이 거의 없고 감정도 없다. 그의 등장은 단순한 빌런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공포 그 자체로 그려지면서 관객은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한편 인물들의 감정선을 세심하게 담아내는 연출도 눈에 띈다. 친구들 사이의 우정과 신뢰, 그리고 점점 무너지는 믿음의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단순한 청춘 영화가 아닌, 각자의 인생에 대한 갈망과 포기의 순간들을 통해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드러낸다.

     

    청춘은 왜 도망쳐야 했는가

    사냥의 시간은 단순한 장르영화가 아니다. 영화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청춘의 절망과 탈출이다. 주인공들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인생을 바꾸려 했지만, 그 끝은 행복이 아닌 파멸이었다. 이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삶의 방향, 미래에 대한 확신이었다. 하지만 영화 속 세계는 그런 희망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이는 곧 현실 사회에서 느끼는 청년 세대의 불안을 반영한다. 경제적 어려움, 기회의 불균형, 꿈을 꿀 수 없는 사회. 이 모든 것들이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상징화되어 표현된다. 결국 사냥의 시간은 무너진 사회 속에서 청춘들이 어떻게 생존을 갈망하는지를 그리는 이야기이다. 친구들은 처음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단단히 뭉쳐 있었지만, 공포와 죽음 앞에서 각자의 판단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영화는 우정과 인간성,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 엔딩은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에게 상징적인 메시지만을 남기며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살아남는다는 것, 도망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냥의 시간은 스타일과 메시지를 모두 잡으려는 도전적인 영화다. 디스토피아적 배경 속에서 청춘들의 방황과 좌절을 사실감 있게 담아냈으며,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독특한 캐릭터들이 돋보인다. 장르적으로 실험적인 만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한국 영화에서 이런 시도가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특히 현실에 지친 젊은 세대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